마인크래프트에 열린 검열 없는 도서관 방문기

매년 3월 12일은 세계 사이버 검열 반대의 날입니다. 그리고 그날 국경없는기자회 독일 지부는 언론자유지수가 최하위인 국가들을 대상으로 만든 ‘검열 없는 도서관’을 개관했습니다. 그런데 이 도서관을 세운 위치가 조금 독특합니다. 바로 마인크래프트 안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도서관에 방문해봤습니다.

검열 없는 도서관 서버/맵 접속 시 가장 먼저 보게 되는 ‘펜을 쥔 손’ 조각상입니다. 이 맵을 왜 만들었는지 나타내는 가장 상징적인 구조물 같습니다.

검열 없는 도서관은 언론 통제가 심한 이집트, 멕시코,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베트남 등 5개국 국민을 위해 세워졌습니다. 본관에는 5개 국어로 제공되는 수천여 장 규모의 기사가 200여 권에 걸쳐 소장되어 있습니다.

도서관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처음 봤던 언론의 자유 상징물이 저렇게 새겨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똑같은 구조물이 어디서 등장하는지 세어보는 것도 재미있는 관람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중앙 홀에는 도서관 설명서와 약도, 텔레포트 발판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사진상으로는 잘 와닿지 않지만, 실제로 게임 내에서 보면 규모가 상당해서 걸어서는 이동할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텔레포트 발판이 있어서 간편하게 도서실과 도서실 사이를 오갈 수 있습니다.

도서관 중앙 홀의 천장에는 세계 언론자유지수가 우수한 국가순으로 180개 국가의 국기가 4열에 걸쳐 게양되어 있습니다. 국경없는기자회가 2019년 발표한 언론자유지수 평가에서 대한민국은 41위를 기록하며 아시아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참고로 2002년부터 시작된 국경없는기자회의 언론자유지수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2006년 참여정부 때 31위(7.75점)까지 올라간 이후 박근혜정부를 거쳐 2016년 70위(28.58점)까지 추락했지만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며 13년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중앙 홀의 유리 바닥 아래에는 세계 언론자유지수를 색깔로 나타낸 세계 지도가 그려져 있습니다. 동북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대한민국이 유일하게 밝은 색으로 색칠되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180개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9년 언론자유지수 평가에서 일본은 67위, 러시아는 149위, 싱가포르는 151위, 중국은 177위, 북한은 179위를 기록했습니다. 1위를 한 국가는 노르웨이, 180위로 꼴찌를 기록한 국가는 투르크메니스탄이었습니다다. 중앙에 설치된 독서대에는 언론자유지수 전체 순위를 볼 수 있는 책과 깃펜이 올려져 있습니다.

이 도서관은 책만 빼곡히 꽂혀 있는 도서관이 아닙니다. 국경없는기자회를 소개하는 방과 언론의 자유를 주제로 한 설치미술이 곳곳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작품은 미로입니다. 실제로 플레이할 수 있는 이 미로는 매우 길고 복잡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언론의 자유가 없는 나라에서는 진실에 접근하는 과정이 이 미로처럼 매우 길고 복잡함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인포메이션 센터에는 ‘진실’을 주제로 한 조형물도 설치되어 있습니다. 가까이서 볼 땐 그저 평범한 조명처럼 보이지만, 멀리서 바라보면 ‘TRUTH’라는 글자가 보입니다. 언론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도 단편적인 정보만 봐서는 진실을 알 수 없고,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본 기사를 읽어봐야 진실에 도달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언론의 자유의 의미와 귀중함을 알아보고 싶으시다면 검열 없는 도서관에 방문해보세요. 검열 없는 도서관 서버는 연중무휴로 운영되기 때문에 언제든지 접속할 수 있습니다. 검열 없는 도서관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uncensoredlibrary.co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