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정부는 마인크래프트 자바 에디션만 편애할까?
마인크래프트 플레이어 중 과반이 베드락 에디션 플레이어인데 왜 기관은 자바 에디션으로 행사를 기획할까요?
“왜 항상 자바만…”
며칠 전 어떤 독자님께서 경기도청에서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해 평화 통일 교육 전시관을 만들었다는 기사를 읽고서 남겨 주신 댓글입니다. 저는 이 댓글을 보고서 기관에서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한 사례를 한 번 떠올려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자바 에디션을 활용한 기억만 떠오르고, 베드락 에디션을 활용한 사례는 떠오르지 않았는데요. 정말로 기관은 자바 에디션을 편애하고 있을까요? 그리고 이것이 사실이라면 왜 그럴까요?
진짜 자바만 편애했을까?
먼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공기업, 공공기관이 정말로 자바만 편애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최근 2년간 기관에서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해 교육 프로그램이나 문화 행사를 연 사례를 조사해 보았습니다. 공모전은 참가자가 플랫폼을 선택할 수 있으므로 제외하고, 맵을 배포하거나 서버를 개최한 사례만을 따졌습니다. 그 결과 자바만 활용한 사례는 84%(11건), 베드락만 활용한 사례는 8%(1건), 자바와 베드락을 모두 활용한 사례는 8%(1건)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기관에서는 주로 자바를 활용하여 교육 프로그램과 문화 행사를 준비하는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공개일 | 유형 | 기관명 | 사업명 | 플랫폼 | |
|---|---|---|---|---|---|
| JE | BE | ||||
| 2020-05-05 | 중앙행정기관 | 대통령비서실 | 청와대 맵 | O | O |
| 2020-09-26 | 지방자치단체 | 인천광역시 | 인천크래프트 | O | X |
| 2020-09-26 | 지방자치단체 | 전라북도 전주시 | 2020 전주문화재야행 | O | X |
| 2020-10-10 | 기타 공공기관 | 한국문화재재단 | 제6회 궁중문화축전 | O | X |
| 2020-11-05 | 과기부 소속기관 | 국립과천과학관 | 국립과천과학관 | O | X |
| 2020-11-24 | 공기업 | 인천관광공사 | 송도 인천크래프트 | O | X |
| 2020-12-01 | 문체부 소속기관 | 국립중앙박물관 | 언택트 어린이박물관 | O | X |
| 2021-08-13 | 지방자치단체 | 인천광역시 | 인천크래프트 1945 | O | X |
| 2021-10-08 | 공기업 | 인천관광공사 | 송도크래프트 라스트 쉘터 | O | X |
| 2021-10-15 | 중앙행정기관 | 해양수산부 | 항만크래프트: 스마트항만 | O | X |
| 2021-10-16 | 기타 공공기관 | 한국문화재재단 | 제7회 궁중문화축전 | X | O |
| 2021-10-22 | 지방자치단체 | 전라북도 전주시 | 2021 전주문화재야행 | O | X |
| 2021-11-08 | 지방자치단체 | 경기도청 | 평화로 메타버스 전시관 | O | X |
왜 자바를 쓸까?
이러한 현상은 다소 이상합니다. 마인크래프트 개발사에서는 2017년부터 베드락의 모딩(modding) 환경을 발전시키는 데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딩은 개조를 뜻하는 단어 modification의 줄임말인 mod에서 온 단어로, 게임을 개조하는 행동을 일컫습니다. 마켓플레이스, 몇 가지 명령어, Molang 같은 모딩 보조 기능은 베드락에만 존재합니다. 일례로 밝기를 조절하는 투명한 블록인 빛 블록도 베드락에는 2년 전부터 있었는데, 자바에는 올해 들어서야 생겼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기관에서 베드락 대신에 자바를 활용하는 까닭은 여전히 베드락의 모딩 환경이 자바에 비하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원래 마인크래프트에 있는 블록과 몹 그리고 아이템의 기능을 수정하려면 명령어를 사용하거나 모딩을 해야 합니다. 새로운 블록과 몹 그리고 아이템을 마인크래프트에 추가하려면 모딩밖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보통 기관에서는 이미 현실에 있는 사물과 활동을 가상 공간에 재현하려는 목적으로 마인크래프트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마인크래프트 고유의 기능만으로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가 어려우므로 필연적으로 모딩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모딩은 베드락보다 자바에서 하는 것이 훨씬 쉬운 편입니다. 자바는 Java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제작되어 자바인데, 이 언어의 특성상 역분석이 용이하기 때문에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아는 수많은 플레이어가 2009년부터 역분석과 모딩을 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에 베드락은 C++라는 언어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언어로 제작된 게임은 구조적으로 역분석이 어렵기 때문에 개발사가 공식적으로 모딩 보조 기능을 제공하기 전까지 플레이어는 모딩을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베드락보다 자바를 모딩할 줄 아는 플레이어가 많은 것이고, 베드락보다 자바에서 이용할 수 있는 모드의 수도 많은 것이고, 기관에서도 자바를 더 자주 사용하는 것입니다.
기관에서 마인크래프트를 이용할 때 블록과 아이템, 몹만 만드는 경우는 없습니다. 항상 거대한 건축물도 만들어 같이 공개합니다. 건축가가 자주 사용하는 프로그램에는 MCEdit, VoxelSniper, WorldEdit 등이 있는데, 이들 프로그램은 자바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으면 수작업으로 짓거나 명령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수작업을 선택하면 필요한 인력과 작업 기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세금을 되도록 적게 써야 하는 기관에서는 적절한 선택이 아닙니다. 명령어를 사용하면 특정 범위에 있는 블록을 일괄적으로 설치하거나 삭제할 수는 있지만, 직육면체를 제외한 입체 도형을 일괄적으로 만들지는 못하기 때문에 복잡한 구조물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Amulet이라고 자바와 베드락을 모두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나와서 베드락에서도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건축가가 자바만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어서 기관에서도 자바를 주로 이용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기관에서는 맵이나 서버를 직접 만들지 않습니다. 마인크래프트 크리에이터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받은 맵과 서버를 그대로 국민에게 제공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마인크래프트 크리에이터 중 대다수가 자바만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는 트위치나 유튜브 같은 매체로 접한 1인 방송 진행자가 베드락을 하는 모습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마 거의 없으실 것입니다. 그래서 기관에서도 자바 위주로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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