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크래프트 어스 서비스 종료 결정이 시사하는 바

이번 결정은 시황이 아무리 좋아도 기업이 소비자 피드백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준다.

마인크래프트 어스 서비스 종료 결정이 시사하는 바
Photo by Mika Baumeister / Unsplash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재택근무와 원격수업이 일상이 되자 IT 업계는 호황을 맞았다. 수영장, 헬스장, PC방 등 여가 시설이 폐쇄되고 이 수요가 게임으로 몰리자 게임 업계도 뜻밖의 급성장을 이뤘다.

마인크래프트도 마찬가지였다. 2019년 4월부터 2020년 4월까지 게임만 3천4백만 장이 팔리고, 2020년 4월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1억 2천6백만 명을 돌파했다. 하이픽셀은 사설 서버 최초로 동시 접속자 수 10만 명을 돌파했다.

모처럼 게임 산업 전반에 대호황이 찾아왔음에도 존망이 우려되는 분야가 딱 하나 있는데, 바로 AR(증강 현실) 게임이다. 대부분의 AR 게임은 플레이어가 휴대폰을 들고 직접 거리에 나가 산책하거나, 공공장소에 방문해야만 게임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인크래프트 어스도 같은 게임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존망이 우려됐다. 그 우려는 현실이 되었고, 모장 스튜디오는 현재의 국제적 상황을 이유로 들어 서비스를 6월 30일에 종료한다고 지난 4일(태평양 표준시) 밝혔다. 그런데 정말 세계적 대유행 때문에 서비스를 종료하는 것일까?

마인크래프트 어스 6월 30일 서비스 종료
재작년 모장 스튜디오가 야심 차게 내놓은 마인크래프트 어스가 2021년 6월 30일에 서비스 종료된다.

코로나19에
기민하지 못한 대처

4일 개발사는 서비스 종료 사유로 ‘현재의 세계적 상황’을 들었다. 그러나 같은 시기에 같은 AR 게임인 포켓몬 고는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하고 전년동기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이 말을 되짚어 보면 마인크래프트 어스도 상황을 타개할 방편이 있었지만 적시에 대처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외출해서 길을 걷고 공원, 주차장, 기념관 등 다수가 밀집하는 장소에 가야만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던 마인크래프트 어스를 집에서도 무리 없이 플레이할 수 있게 된 것은 3월 26일이다. 세계적 대유행이 시작된 지 2개월이 다 돼 가던 시점이다.

나이앤틱은 마인크래프트 어스보다 일주일 먼저 포켓몬 고에 코로나19 대응 업데이트를 내놨다. 3월 20일부터 외출이나 유료 아이템 없이 “GO 배틀리그”를 이용할 수 있게 했고, “트레이너 배틀”을 할 수 있는 기준도 같은 날에 완화했다. 4월에는 “포켓스톱”과 “체육관”의 상호작용 범위를 늘리는 등 집에서 포켓몬 고를 십분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그에 반해 모장 스튜디오는 게임에서 “탭 수집품”이 생성되는 빈도를 높이고, 공공장소에 설치된 “모험”을 모두 제거하는 것에 그쳤다. 직접 찾아가야 했던 “모험”을 플레이어가 직접 생성할 수 있도록 바꿨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플레이어와 멀티플레이를 하려면 여전히 “빌드플레이트”가 필요했다. 3월 이후에는 코로나19와 관련된 후속 업데이트가 전무했다.

이조차도 자발적인 조치가 아니라 WHO(세계보건기구)의 사회적 거리두기 협조 요청을 받고 뒤늦게 했다. 이 같은 사실은 당시 발표 “마인크래프트 어스에 일시적인 변화가 찾아옵니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글에서 모장 스튜디오는 “WHO가 예방적 차원에서 보낸 통보에 따라 이뤄진 조치이므로 모험이 정상화되는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Temporary changes coming to Minecraft Earth
Adventures are moving indoors

수집할 의미가 없는
수집품

그렇다면 변화하는 세계 정세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것만 원인이었을까? 게임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전부터 게임에 문제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점은 수집품(Tappable)이다.

이 게임에서 수집품은 수집 활동이나 “모험”을 통해서만 획득할 수 있다. 이처럼 번거롭고 반복적인 행동을 독려하려면 수집품이 예쁘거나, 활용도가 높거나, 희소 가치가 크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이 게임의 아이템은 그렇지 않았다.

마인크래프트 베드락 에디션과 동일한 코드를 기반으로 개발됐는데도 이 게임에서는 블록의 텍스처를 플레이어가 원하는 대로 바꾸지 못한다. 원작에서는 남는 광물이 있으면 신호기에 쓰거나 친구에게 선물할 수 있지만, 이 게임에서는 그러지 못한다.

수집품을 사용하기도 어렵다. 수집품으로 어떤 아이템을 제작하거나 제련하려면 대기해야 한다. 원목을 나무 곡괭이로 만들려면 2분을 기다려야 한다. 다이아몬드 곡괭이의 경우 무려 8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원작에서 2초면 되는 일을 이 게임에서는 이토록 길게 늘려 놓으니 플레이어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업데이트

모장 스튜디오는 작년 동안 마인크래프트 어스에 업데이트를 20차례 내놨지만, 정작 생존과 건축에 필요한 블록과 아이템은 늘지 않고 반려동물처럼 치장용 아이템만 늘어갔다. 희소성도 낮은데 사용처도 제한적이니 수집품을 수집할 이유가 없고, 게임에 대한 흥미까지 줄어드는 악순환이 시작됐다.

새로운 업데이트를 공개할 때마다 새로운 이벤트도 진행했지만 내용과 보상이 너무 단순해서 떠나는 플레이어를 붙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규 이벤트와 더불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장공인을 돕기 위해 ‘로컬 비즈니스 리커버리’ 프로젝트를 추진한 나이앤틱과 대조적이다.

이 프로젝트는 음식점, 빵집, 서점 등을 “포켓스톱”이나 “체육관”으로 지정해 포켓몬 고 플레이어의 방문을 유도하는 프로젝트다. 마인크래프트 어스도 이같이 현실적 상황을 고려한 이벤트를 진행했더라면 이용자 수가 급격히 줄어들지 않았을 것이다.

최적화 실패,
고가 단말 요구

실시간으로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AR 게임 실행에 고성능 기기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게임은 이를 고려해도 너무 높은 사양의 기기를 요구했다. 이를 두고 출시 전부터 우려의 시선이 있었지만 전 세계에서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 게임이 출시되기 전, 마인크래프트 크리에이터 서밋과 WWDC에서 시연에 쓰인 기기는 모두 최신형 아이패드 프로였다. 아이패드 프로는 당시는 물론 지금도 높은 사양과 가격을 자랑하는 기기다. 문제는 이런 기기를 쓰는데도 시연 중에 프레임이 끊기는 현상이 나타났다.

전 세계에서 얼리액세스를 시작한 2019년 12월 이후에도 이 현상은 개선되지 않았다. 당시 기준으로 출시된 지 2년이 안 된 플래그십 스마트폰(출고가가 100만 원 안팎인 고사양 스마트폰)에서도 게임이 원활하게 구동되지 않자, 앱 스토어에는 혹평이 이어졌다.

2020년 8월에는 저사양 단말과 32비트 환경의 구형 기기에 대한 지원을 종료하며 결정적인 자충수를 뒀다. 코로나19 여파가 아직 떠나지도 않았는데 게임을 최적화하지 않고, 플레이 가능한 기기를 더 줄인 것이다. 결국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이용자 수의 감소세는 더 빨라졌다.

미성년자 이용
원천 차단

이 게임은 엑스박스 라이브 프로필을 요구했는데 이것이 한국에서는 성장에 걸림돌이 됐다. 현재 한국에서 미성년자는 청소년 보호법과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때문에 2012년부터 엑스박스 라이브를 전혀 이용하지 못하는 상태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이 게임을 다른 국가보다 한 달가량 빠른 2019년 11월 1일부터 이용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 안에서 엑스박스 라이브 프로필을 요구하면서 이 게임의 최대 고객이어야 할 어린이와 청소년이 게임을 플레이하지 못했다.

또 이 게임은 엑스박스 라이브 프로필을 설정하고 웹사이트에서 본인인증을 하지 않은 한국인 플레이어에게 단순히 오류가 발생했다는 메시지만 띄웠다. 이는 한국인 플레이어에게 오류가 많은 게임이라는 인식을 심어줬고 한국인 플레이어의 이탈률을 높였다.

마인크래프트 계정 통합되면 미성년자는 게임 못하게 된다
당국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손을 놓고 있는 한, 우리나라 청소년은 더 이상 마인크래프트를 플레이할 수 없게 된다.

마인크래프트 프랜차이즈의
두 번째 실패 사례

마이크로소프트와 모장 스튜디오가 2년 넘는 시간을 들여 야심차게 준비한 이 게임의 서비스를 종료한 이유는 소비자의 목소리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기업이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소비자를 배려하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개선하고, 변화하는 시대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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